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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멋진 분들

존경하는 기자 - 변상욱

저는 차를 가지고 출퇴근이나 외근이 많아지고, 집에서도 TV를 보지 않기때문에 라디오를 많이 듣게 되는 편입니다.
그런데, 요새 유행하는 음악FM이나 만담류들의 프로그램을 좋아하지 않다보니 아무래도 시사 쪽 프로그램들이 주요 청취 대상인데, 그중에서도 광고가 없는 KBS1표준과 CBS를 듣게 됩니다.

그런데 요새 KBS는 정권 바뀐뒤로 좀 적응하기 어려워서 cbs를 거의 고정 채널로 듣습니다.

아침 새벽기도 후에는 7시부터 9시까지 김현정의 뉴스쇼를 듣고,
가끔 외근중에는 12시 7080음악쇼랑 퀴즈쇼, 시사문제 다루는 프로그램 듣고,
저녁엔 6시 뉴스와 7시 시사쟈키를 듣고, 10시부터는 박종호의 가스펠아워~

그중에서도 변상욱대기자의 코너는 거의 빼놓지 않고 찾아 듣는 프로그램입니다.
아침 뉴스쇼의 기자수첩 코너와 저녁 시사쟈키~

과거 70,80년대 암울하던 시절, 거의 유일하게 유지되던 민주화 방송이던 CBS.
그 시절의 기치를 지금에도 어느정도 유지할 수 있는건 이런 분이 아직도 남아 있기 때문인것 같습니다.
아직도 차가 없어서 대중교통으로만 취재를 하시는..
촌철살인의 미학의 날카로운 연필이 되시는 비평.
어느누구도 비켜가지 못하는 그 칼날같은 비평.

변상욱기자의 블로그에서 본 모습은 젊어보이셨는데, 이 인터뷰기사 보니 많이 나이드셨네요.
하긴 세월이~~

방송 코너 한번 찾아 들어보시면 여러가지로 이 시대를 살아가는 방향을 찾을 수 있을겁니다.
신앙인으로써, 사회인으로써..

1.변상욱의 기자수첩 : 김현정의 뉴스쇼 아침 8시35분부터
2. 변상욱의 시사쟈키 : 저녁 7시 부터.

채널 : 표준FM 98.1MHz
 
 
 

 

"기자는 연필, 날카롭게 갈아야 한다."

CBS 변상욱 대기자(<시사자키> 앵커, <김현정의 뉴스쇼>의 '기자수첩' 코너 진행)는 "기자는 OO다?" 라는 질문에 "기자는 연필"이라고 답했다. 변기자는 "연필을 쓰려면 날카롭고 뾰족하게 깎아야하고 쓰다보면 또 닳아서 뭉툭해진다. 그러면 또 깎고 갈아야 한다. 항상 날카롭게 촉을 갈아놓아야 한다. 나이가 들어서 힘 빠지고 머리 희어져도 기자는 끊임없이 자기 자신을 깎고 갈아놓아야 한다."며 스스로에게 다짐하듯 힘주어 말했다.

이어 그는 언론관에 대해서 "언론도 시대의 산물이기에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봉사하고 시대에 뒤떨어지지 않고 책임을 다하도록 끊임없이 자기를 개혁해 나가야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변 기자는 고려대 사회학과를 졸업하고 83년에 CBS 프로듀서로 입사하였다. CBS가 보도기능을 빼앗긴 83년에 왜 CBS에 입사 했는지에 대해 "CBS를 좋아했지만 CBS는 정부에 의해 뉴스와 광고가 끊겨서 사람을 뽑을 거라 생각을 못하고, 타 공중파 방송 아나운서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런 느닷없이 CBS가 PD를 뽑는다고 채용공고가 났다. 그래서 '커다란 방송사 아나운서로 간다고 해도 이런 방송환경에서는 아무래도 하고 싶은 말 제대로 못하고, 앵무새처럼 시키는 대로 할 거 아닌가? 차라리 CBS PD로 가자'"라고 생각했다며 CBS에 입사하던 이야기를 들려줬다.

변 기자를 만난 날은 마침 김수환 추기경 선종 다음 날이었다. 변 기자는 87년에 '박종철 군 고문치사 사건' 특집 방송 및 CBS 정상화 운동과 관련해 김 추기경과 얽힌 추억 한 자락을 짤막하게 꺼냈다.

메이저 언론사에 대한 아쉬움은 없느냐는 질문에 대해 그는 "기독교방송에 들어오지 못했다면 지금의 '나'는 아마 안 만들어졌을 것 같다"고 답하고 그 이유는 "CBS에 들어와서 훌륭한 신학자, 목사님, 재야인사들, 민주화를 열망하던 많은 지식인들, 현장에서 열심히 뛰는 운동가들, 정말 내 인생에 있어서 도움이 되었던 맨 밑바닥에서 고생하는 철거민, 도시 빈민, 빚더미에 앉은 농민들, 비정규직 노동자들…. 저에게 진짜 세상이 어떤 것인지 가르쳐 준 사람들을 만났다. 당시의 KBS, MBC처럼 큰 언론사에 갔다면 아마 못 만났을 것"이고, 그랬다면 "이보다 훨씬 미흡한 인간이었을 텐데 기자로서 이름을 떨치는 것보다 오히려 그것이 더 실망"이라며 메이저 언론사에 대한 아쉬움은 전혀 없다고 답하였다.

예전의 CBS는 진보 언론으로 꼽혔지만 지금은 모호해진 것과 관련해서 변 기자는 "사회 정체성이 모호해 졌고, 한국교회 정체성도 모호해졌다. 한국교회라는 기반 위에 CBS가 서 있는데 한국교회도 민주화운동 또는 어려운 사람을 위해 힘을 쏟던 것에 비해서 지금은 '부자들만 위한 교회'나 '고소영', '강부자' 이런 식으로 비난을 받는다. 한국교회 전체의 색깔도 변했기 때문에, 기독교방송도 거기에 영향을 받는 것"이라 설명했다. 또 이명박 대통령이 장로라 그런 것이냐는 의견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아니라고 하였다.

최근 쟁점 법안 중 방송법이 CBS에 미치는 영향은 어느 정도인지 묻는 질문에 "최악의 경우 크기를 절반으로 줄여야 하는 상황도 올 것"이라고 답했다.

마지막으로 기자 지망생에게 한마디 해달라고 하자 변 기자는 "언론의 궁극적인 지향은 인간이다. 사람을 제대로 보고, 사람에 대한 관심을 놓지 말고, 사람에 대한 이해를 더 깊게 하라"고 충고했다.

다음은 변상욱 기자와의 인터뷰 전문이다.

기자는 OO다? 이유와 더불어 기자님의 언론관에 대해서 말씀 부탁드려요.

기자는 연필이라 생각합니다. 쓰려면 항상 날카롭고 뾰족하게 깎아야하고 쓰다보면 또 닳아서 뭉툭해집니다. 그러면 또 깎고 갈아야 합니다. 나이가 들어서 힘 빠지고 머리도 희어져도 기자는 끊임없이 자기 자신을 깎고 갈아놓아야 합니다. 그래서 기자는 연필이라 생각합니다.

언론은 절대적인 지위를 지니고 있어서는 안 돼요. 물론 다른 권력이 언론을 자기 마음대로 하려고 해서도 안 되죠. 언론도 그 시대를 살아가는 그 나라 사람들에게서 태어나는 시대적 산물입니다. 그 나라 사람들이 잘 못 살면 잘 사는 쪽으로, 그 나라가 불평등하면 평등한 쪽으로, 언론도 자기를 탄생시킨 그 나라, 그 시대 사회상에서 벗어나면 안 되고 책임을 다해야 합니다. 그러려면 언론이 겸손해야 합니다. 시대로부터 태어나서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봉사하고 시대에 뒤떨어지지 않고 시대에 책임을 다하도록 끊임없이 자기를 개혁해 나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고려대 사회학과 졸업하고 83년에 입사해 PD를 하셨죠. 그런데 83년이면 CBS에 보도기능이 사라졌을 때인데 왜 CBS에 입사하셨는지 궁금하네요.

군복무를 마치고 복학해서 MBC 아나운서 시험을 준비하고 있었어요. CBS를 좋아했지만, CBS는 정부에 의해 뉴스와 광고가 끊겨서 사람을 뽑을 거라 생각도 못했습니다. MBC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느닷없이 CBS가 PD를 뽑는다고 채용공고를 냈어요. 그래서 '지금 아나운서로 간다고 해도 이런 방송 환경에서는 아무래도 하고 싶은 말 제대로 못하고, 앵무새처럼 굴 거 아닌가? 차라리 CBS PD로 가자.' 그래서 갔죠. PD로 뽑혔는데 CBS에서는 그중에 한 명을 기자로 활용할 생각을 하고 있더라고요. 그래 테스트를 거쳐 신입 PD 중 제가 기자로 뽑혔습니다. PD, 기자 직무를 동시에 배우고 PD, 기자를 절반씩 했습니다.

그럼 원래 기자가 꿈이 아니셨나요?

기자가 꿈이라기보다는 '언론에서 일하고 싶다'는 생각이었고, '신문보다는 방송이 나에게는 적합하다'고 생각했죠. '아나운서면 좋겠다'는 생각은 했는데, 물론 암울한 저널리즘의 현실로 고민은 했죠. 그렇다고 기업체에나 그런 곳에 들어가고픈 생각은 없었습니다. 그래서 'CBS PD면 나의 신앙적 갈망과 내가 좋아하는 저널리즘의 영역이 잘 결합돼 있으니까 괜찮겠다'고 생각했죠. 지금은 기자로 남았는데, 뭐 하나님이 인도하신 대로 왔습니다(웃음).

기자생활을 하시면서 재밌는 에피소드도 많을 것 같아요. 그중 생각나는 것 있으면 말씀해 주세요.

1987년 1월 박종철 군 고문 치사사건이 있었을 때 돌아가신 김 추기경께서 '도대체 이 정권은 도덕성이 있는거냐?'고 전두환 정권을 향해 일갈하셨죠. 그 말씀에 힘을 얻어 '고문 없는 세상에 살고 싶다!'라는 제목의 특집 생방송을 만들었어요. 결제와 준비를 끝냈는데, 정부가 압력을 넣는 통에 경영진이 음악만 틀고 특집은 방송하지 말라고 지시를 내렸습니다. 그래서 제작진들은 고민하다 동료들과 힘을 모아 간부 선배들을 내몰고 방송실 문을 잠그고 책상과 의자로 바리게이트를 쌓고 방송을 시작했죠. 방송 중에 밖에서는 동료들이 인간 띠를 만들어 방송실을 지키고 그러면서 1시간 15분 정도 항명방송을 했습니다. 그 후 기자직을 박탈당했어요.

그런 뒤에 얼마 지나 김 추기경께서 CBS에 출연 하셨어요. 'CBS는 뉴스와 해설을 제대로 방송할 수 있어야 한다. 자유라는 것은 하나님이 주신 것이지 정부가 빼앗아 갔다 돌려줬다 이럴 수 있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씀해 주셔서 정말 힘이 됐습니다. 그렇게 걸핏하면 기자직에서 쫓겨나곤 했어요. 제가 기사 쓰는 것이 금지 되어 있었기 때문에 다른 거 하다 정부가 감시를 소홀히 하면 다시 돌아와서 기자 노릇을 하고, 제가 만들어도 다른 사람 이름으로 프로그램이 나가고 그러기도 했습니다. 그래도 재밌었어요(웃음).
 
기자님 스타일을 보면 CBS가 아니라 MBC나 KBS 같은 메이저 방송으로 가셨다면 지금보다 훨씬 나았을 것 같은데 아쉬운 생각은 안 드세요?

아쉬운 생각은 단 한 번도 없었다는 게 맞을 겁니다. 물론 더 큰 공중파 방송으로 갔으면 방송인으로서 또 다른 삶이 펼쳐졌겠죠. 그렇지만 기독교방송에 들어오지 못 했다면 지금의 나는 아마 안 만들어졌을 겁니다. 방송국에 들어와서 훌륭한 신학자, 목사님, 재야인사들, 민주화를 열망하던 많은 지식인들, 현장에서 열심히 뛰는 운동가들, 정말 내 인생에 도움을 준 맨 밑바닥에서 고생하는 철거민, 도시 빈민, 빚더미에 앉은 농민들, 비정규직 노동자들…. 큰 방송사로 갔다면 저에게 진짜 세상이 어떤 것인지 가르쳐 준 사람들을 아마 못 만났을 겁니다. 기독교방송에 있었으니까 매일 그 사람들을 만나면서 내가 꺾이고 다듬어 져서 오늘 이 모습이 된 것이죠.

전 변변찮아도 나쁘지 않습니다. 만약에 그랬다면 이보다 훨씬 미흡한 인간이었을 텐데 기자로서 이름을 떨치는 것보다 오히려 그것이 더 실망일 겁니다. 좌우명이 '세상 다른 사람들이 아무리 명예나 공명심을 좇아도, 나만은 홀로 소나무처럼 푸르리라 (世追名 我獨松)'입니다. 물론 실천하기 어렵고 부족하지만 목표는 이렇게 해서 가야죠. 다만 한겨레신문 발기위원인데 신문 창간 때 고민했습니다. 한겨레신문에서 왜 안 오냐고 빨리 와서 함께 하자 할 때 잠깐 고민 했죠. 하지만, 신문보다는 방송일이 나에게 맞는 것 같아서 안 갔습니다.

   
 
  ▲ 변상욱 기자는 "기자는 □다" 라는 질문에 "기자는 연필"이라고 답했다.  

이명박 정부 들어와서 시간이 20년 전으로 돌아간 것 같다는 얘기들을 합니다. 기자님은 5공 때 기자생활을 시작했는데 그때와 비교해 보면 어떤가요?

5공화국 때와 비교하면 지금 기자 생활이 훨씬 더 안전하고 편한 건 사실입니다. 그때와 비교 하는 건 무리가 있죠. 다만 박정희 유신정권부터 본격화된 언론 탄압이 쭉 이어지면서 그래도 뭔가 조금씩 민주화를 향해서 역사의 흐름이 진행되고 있는 중 아닙니까. 민주화 이후 권력과 언론의 관계는 때리며 압박하고, 당근을 주면서 회유하는 관계에서 조금씩 서로 견제하는 정상적인 관계로 가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에 들어와서는 이것이 거꾸로 되돌아가서 다시 압박하고, 대형 보수신문처럼 마음에 드는 언론사, 말 잘 듣는 방송에게만 당근을 줍니다. 그리고 말 잘 들을 수밖에 없는 재벌에게 방송을 주겠다고 합니다. 이렇게 역사의 흐름이 뒤로 가니까, 5공 때보다는 상대적으로 낫다고는 하지만 가던 걸 되돌아가는 것이 참기가 어려운 거죠. 역사가 진보해야 되는데 후퇴하니까요.

매일 기자수첩을 즐겨 듣곤 합니다. 근데 듣다보면 속은 시원한데 이러다 다시 못 듣는 것 아닌가 걱정 할 때가 있습니다. 준비하면서 그런 염려는 안 드시나요?

걱정 없습니다. 권력이 가장 싫어하는 것은 숨겨놨는데 툭 터뜨리는 것, 예를 들면 X파일, 삼성 비자금 이런 것들입니다, 그 다음에 'PD수첩' 같이 사건을 크게 확대시키는 것, 이런 비판과 반발을 모아 조직화해 운동으로 끌고 나가는 것을 가장 싫어하고 두려워합니다. 그런데 기자수첩은 남들이 밝혀놓은 사실들을 모으고 골라서 새로운 사실을 끌어내거나 논리적으로 정리해서 증명해보이거나, 비꼬는 것이니 정부나 권력이 관심 크게 안 쓸 겁니다. 제가 또 '사람들을 어디로 갑시다. 모입시다' 선동 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저에 대해서 관심 없을 거예요(웃음).

하지만 한미FTA 사태 후 수위가 높았던 것 같던데….

기자수첩은 본래 권력을 비꼬고, 풍자하고, 꼬집는 것을 주목적으로 기획한 코너입니다. 경험 많은 저에게 맡긴 것은 명예훼손이나 프라이버시 침해 등 자칫 넘어서기 십상인 경계선에 걸쳐가며 알아서 잘 하란 취지입니다. 잡혀 갈 듯 말 듯 더 아슬아슬하게 하라고 요구합니다. 사실 저는 점잖은 사람인데, 더 아슬아슬 하게 하라고 자꾸 그러니… (웃음). 방송사가 하고자 하는 것이니 별 문제는 없습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진보언론이라면 한겨레, 경향, 오마이뉴스를 꼽고 추가한다면 MBC를 말하는 사람이 많은 것 같습니다. 하지만 70~80년대 진보언론에 CBS가 있었고 그렇기 때문에 전두환 정권은 CBS에서 보도기능을 빼앗아 갔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현재 CBS의 위치는 어정쩡한 듯합니다. 원인은 어디에 있다고 생각 하세요?

조직은 처한 상황과 구성원들에 따라서 움직임이 달라집니다. 5공화국 때 CBS는 정권에 의해서 자유와 권리를 빼앗긴 사람들의 모임이었습니다. CBS를 지키고 싶었던 사람들이 일하고 있는 곳이었죠. 청취자들도 정치적 차이는 있겠지만 그랬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동질성이 강했죠.

그런데 민주화 이후에는 여러 사람들이 뒤섞이고 CBS의 역할에 대해서도 사람들이 요구하는 것이 달라졌습니다. '이제는 민주화 되지 않았냐? 기능도 정상화 되지 않았냐? 그래서 이제는 정부 비판보다는 사회 통합이나 화합 또는 복음 전파 이런 것들에 조금 더 신경 쓰면 안 되겠냐? 정부 비판하는 것은 독재 정권 때나 하면 되는 거지 지금도 그렇게 하냐?' 그런 요구들도 많아지고 CBS를 둘러싸고 있는 방송환경이 바뀌고, CBS 내부 구성원들도 예전 같은 동질성은 훨씬 적습니다.

그건 KBS나 MBC를 봐도 금방 알 수 있어요. KBS는 예전에 국영방송 공무원들과 방송공사로 바뀌면서 뽑은 공채, 각종 특채, TBC 상업방송 출신, 막 뒤섞여 지금까지 왔습니다. 반면에 MBC는 주식을 강제로 빼앗겨본 경험도 있는데다 민주화 이후에 철저히 반성하고 새로워지려고 공부하는 걸 지켜봤습니다. 그때 그 사람들의 반성이 지금도 'PD수첩'이라든지, 'MBC뉴스데스크'라든지 이런 밑바탕에 깔려 있는 겁니다.

그러니까 어떤 사람들이 모여 있고, 그 사람들을 둘러싼 법과 제도가 어떤 것이냐에 따라 그 방송사의 색깔이 달라집니다. 그래서 법을 잘 만들고 제도를 잘 만들어야 되는데, 법과 제도를 거꾸로 돌려놓으면 무너집니다. 그런 점에서 CBS의 지금 정체성이 조금 모호해진 것은 사회와 한국교회 정체성이 모호해졌고 내부 구성원의 정체성과 동질성이 흐려진 데 따릅니다. 한국교회라는 기반 위에 CBS가 서 있는데 한국교회도 민주화운동 또는 어려운 사람에게 힘을 쏟던 것에 비해서 지금은 '부자들만 위한 교회'나 '고소영', '강부자' 이런 식으로 비난을 받지 않습니까. 한국교회 전체 색깔도 변했기 때문에, 기독교방송도 영향을 받는 겁니다.

이명박 대통령이 장로라 CBS가 눈 감아 주지 않느냐는 의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

이명박 대통령이 장로라고 해서 CBS가 특별히 바뀌거나, 흔들리거나, 움직이는 건 없습니다. 그렇게 따지면 김영삼 대통령도 장로였으니까 그때부터 난리가 났을 것인데 그렇지 않았거든요. 아마 내부적으로는 노무현 대통령을 지지하는 사람, 김영삼 대통령을 지지하는 사람, 김대중 대통령을 더 좋아하는 사람, 나름 이명박 대통령을 조금 믿어보자는 사람 등 여러 가지 성향의 사람이 섞여 있겠죠. 그래도 CBS 전통을 유지해 나가면서 어떻게든 하나로 모아가는 중이고, 그런 점에서 고참인 제가 중심을 잘 잡아야겠죠.

기자로서 방송법에 관심 가질 수밖에 없을 것 같아요. MBC와 KBS2 민영화가 부각되는데, CBS도 자유로울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방송법이 CBS에 미치는 영향은 어느 정도 일까요?

정부가 기독교방송을 비롯해서 종교방송이나 또는 작은 지역방송들에 대해서 지원책을 마련 않고 방송법이 통과 돼 제도가 만들어 진다면 CBS는 최악의 경우 크기를 절반으로 줄여야 하는 상황도 올 겁니다. CBS는 선교방송으로서 선교, 보도, 교양의 종합방송을 지향하고 전국 네트워크를 갖고 있습니다. 선교방송이 이런 모습인 것은 지구상에서 CBS가 유일합니다. 이것을 유지 하려면 어느 정도의 기반이 마련되어 있어야 하는데 이 기반이 되는 틀을 갑자기 흔들어 버리면, CBS는 위기를 맞겠죠. 정부가 말로는 '나름대로 국민의 기대를 안고 있는 CBS를 그렇게 안 되도록 따로 지원을 하겠다'고 하지만 공공성과 공정함을 갖춘 경쟁의 틀만 유지해주면 CBS가 살 길을 열어갈 겁니다. 따로 지원받고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그렇게만 해도 되는데 굳이 방송이라고 하는 틀을 재벌 신문사, 또는 재벌에게 주겠다는 얘기 아닙니까? 그러면 당연히 경쟁력이 없는 방송사나 언론사의 희생을 무시하겠다는 것인데, 그런 틀은 지금 안 됩니다. 미국도 재벌의 방송참여를 처음 허용할 때는 조금만 허용하고 감독을 철저히 하겠다고 하다가 결국 재벌의 손으로 완전히 넘겨지고 신문방송이 모두 상업적이고 수구적인 조직으로 변했습니다. 이라크 침공, 미국 신자유주의 경제의 붕괴도 언론의 감시가 허술한 데서 연유한 부분이 큽니다.

방송광고공사(코바코)를 건드리는 것은 CBS를 잡아보겠다는 의도 아닌가요?

없다고는 말할 수 없지만, 정부의 기본적인 틀은 방송을 하나의 산업으로 보고 그 산업에 재벌을 참여시키려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신문 시장이 심각히 축소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현 정권이 의지하고 있는 보수 신문들도 위험합니다. 그들의 살 길을 열어주고자 방송으로 진출해서 또 다른 사업을 하도록 하려는 의도입니다. 두 가지 큰 목표가 있는데 최근 드러난 것은 보수 신문 살리는 것에 더 비중을 두는 모양입니다. 그러려면 CBS라든가 지역방송, 지역신문들의 몫을 대폭 내놓고 뒤로 후퇴시키려는 게 기본 구상인 것 같아요. 그런데 그 희생 시키는 것이 바로 국민을 위한 공익성이나 공공성을 훼손하기 때문에 반대를 하는 것입니다.

경남 도민일보 김주완 기자는 '1인 미디어 시대, 블로그 10만 양병설'을 주장을 했어요. 블로그가 새로운 언론으로 가능성이 있을까요?

블로그가 지금보다 훨씬 더 성장할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습니다. 문제는 언론도 좋은 것과, 나쁜 것이 생겼듯이 블로그도 좋은 것과 나쁜 것, 인기를 끌기 위한 상업적인 블로그가 수없이 생겨날 겁니다. 그 안에서 그것들을 정리해낼 수 있는 웹 2.0시대 또 다른 언론이 필요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 역할을 지금의 언론들이 맡아야 할지도 모릅니다.

예전 같으면 기성언론이 정보를 많이 그리고 빨리 전달해 주는 것이 목적이었지만, 이제는 홍수처럼 쏟아지는 정보 중에서 또는 서로 자기의 주장을 펼치는 블로거들 중에서 어떤 게 옳고 가치가 큰 것인지 국민들이 효율적으로 판단할 수 있도록 평가하고 검증해 주는 역할을 언론이 떠맡아야 할 겁니다. 그래서 기성 언론이 거대하게 자리 잡고, 옆에서 블로그들이 보완 역할을 하는 것이 아니라, 블로그가 점점 커지고 언론이 블로그를 보면서 블로그를 정리하는 역할을 수행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CBS 이정식 사장이 신년사에서 "금년 CBS는 보도pp, 종합편성pp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할 순간이 올 것이다"라는 말씀을 하셨는데요, 현행방송법으로는 불가능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정식 사장은 정부가 추진하는 방송법에 동의한다는 의미인가요?

방송 기술이 발전하면서 채널은 자꾸 늘어납니다. 새로이 생겨나는 채널마다 지금 방송사들이 다 가질 수는 없고 나눠야 합니다. CBS는 새로 시작 되는 채널과 미디어 중에서 CBS가 강점을 갖고 있으나 미약한 부분, TV 뉴스 쪽에 관심이 많습니다. 예를 들면 보도pp, 종편pp 이런 것들이죠. '라디오 뉴스는 오랜 경험이 있고, TV도 위성TV로 경험을 쌓았으니, 이제는 TV뉴스 보도를 해봤으면 좋겠다'는 것이 CBS의 사업적인 목표입니다, 다만, 방송 영역이 넓어지고 기술에 의해서 채널이 생겨서 나누더라도 '그것을 공정한 경쟁이 불가능 하도록 재벌이나, 보수 신문들에게 정부가 밀어주지는 않았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을 하는 것이죠.

그럼 한나라당이 개정 하려고 하는 방송법하고는 관계가 없나요?

관계있습니다. 종합PP, 보도PP를 목표로 할 때 누가 가장 적합한 사업자인지 공정히 겨뤄서 결정이 될 거라고 생각했는데, 한나라당이 정권을 잡으면서 내놓은 것은 경쟁 자체가 무의미한 것입니다. 보수 신문이 재벌하고 손을 잡고, 누구도 따라 올 수 없을 만큼 독점한 시장 구조를 만들면서 그 안에서 경쟁 하라고 하면 문제가 있습니다. 보도PP, 종합PP는 성격 상 공익을 위해서 공공성을 갖고 공익을 위해 책임을 수행할 수 있는 사업자에게 주는 방식으로 주어야 합니다. 지금의 준공영제에 의한 한국방송의 기본 틀이 어느 정도는 유지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그럼 방송법은 이전부터 개정할 계획이었나요? 현행 방송법 안에서는 그것이 안 되죠?

그것이 상당히 애매하거든요. 방송광고공사만 해도 전두환 5공 정권은 방송 구조를 확 바꿔 놓으면서 방송광고공사를 이용해서 방송과 방송 시장을 관리했습니다. 이것이 민주화 되고 정치권력으로부터 독립되니까 전두환 정권이 만든 구조가 나름대로 자기 자리를 찾으며 한국사회 현실에 적응했습니다. 그래서 방송이 광고를 쥐고 있는 대기업이나, 돈의 영향을 직접 안 받고, 중간에 광고공사가 스크린을 하는 순기능을 하게 된 거죠. 이것을 '전두환 때 만든 것 아니냐? 없애야 한다’하는데 지금은 공익성·공정성을 보장하는 틀로 꽤 괜찮은 구조입니다. 이것을 조금 더 가다듬으면서 새로운 방송 기술 발전 결과를 접목 시키고 시장을 조금씩 넓혀 나가면 되는데 이것을 뒤집어 자기들 정권의 입맛대로 바꾸려고 하니까 문제죠.

그럼 공정경쟁을 한다는 전제 하에 CBS가 이들 채널을 가져 올 가능성은 있나요?

지금 한나라당이 밀고 가는 저 상황에서는 가져오기 어렵습니다. 공정하게 한다면, 물론 CBS는 자금이 충분치는 않으니까 컨소시엄을 구성할 겁니다. 재정과 경영에서는 다른 쪽의 도움을 받지만, 방송 내용만큼은 CBS의 전통을 살려서 공정하게 하는 컨소시엄을 구성하겠죠. 경인TV방송도 그런 구도로 가져가려 했는데 변수가 생겨 참여하지 못했고 지금 어려움을 겪고 있던데 아쉽습니다.

만약 CBS가 그 사업을 하려 한다면 한국교회에서 헌금으로 할 수 있지 않나요?

보수적인 대형교회들의 지원이 커져 그 입김이 뉴스 보도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봅니다. 제가 원하는 것은 한국교회가 소유한 언론들을 한국교회 스스로 구조조정하고 정리하는 겁니다. CBS, 극동이 지금처럼 제각각 전국에 지역방송 연주소, 송신소를 두는 것은 불합리합니다. 한국교회가 다 먹여 살려야 하니까 낭비입니다.

CBS는 시사·교양·보도 뉴스, 극동은 선교 복음, CBS의 음악fm은 음악, 역할분담이 필요합니다. CBS 와 CTS가 무한경쟁을 벌이는 것도 무리입니다. 하나의 TV로 함께 방송하면 유지비용도 훨씬 덜 들 겁니다. CTS 설립 당시로 거슬러 가자면 당초 CBS의 명분에 재벌그룹이 자금력으로 도전하면서 엉뚱한 곳으로 사업자 허가가 가버렸고 한국교회가 모은 헌금 300억 원을 쏟아 부었는데도 살리지 못해 지금은 개인 소유의 방송이 되어버렸습니다.

한국교회가 마음을 열고 다 함께 머리를 맞대고 방안을 마련하면 라디오에서는 CBS와 극동, TV 에서는 CBS와 CTS, 한국교회가 지금보다 힘을 덜 들이고도 더 큰 힘을 발휘할 수 있는데 안타깝습니다. 그러나 한국교회가 분열 되어 있고 너무 제각각 자기 이익만 추구 하니까 힘을 모아내기가 어렵습니다. 아마 운영이 어려워져서 한국 교회의 방송 미디어들이 위기에 처한다면 그때는 정신 차리고 할지도 모르죠. 지금은 안하려고 할 겁니다.

96년에 <언론 가면 벗기기>라는 책을 내셨더라고요. 인터뷰 준비하면서 읽었는데 언론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었어요. 예전 얘기들이라 지금 상황에 안 맞는 것도 있었고요. 또 책을 내실 생각은 없으신가요?

본래 권력과 언론의 밀고 당기기에 관한 책을 각 정권 때마다 한 권씩 내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김영삼 정부 때 내고 나니까 너무 힘이 빠지더군요. 그 이후 것은 노트에 메모로만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글을 써 남기는 것에 관심이 없어졌습니다. '글보다는 말로, 말보다는 침묵으로, 침묵보다는 삶으로 옮겨가라'는 가르침에 따라 살기로 했거든요. 글로 쓰면 자꾸 멋있게 쓰게 되잖습니까. 그러지 않으면 되지만 그럴 만큼 야무지지도 못합니다.

단순하고 소박한 진실 쪽으로 삶을 옮겨 놓으려 합니다. 사람을 쳐다보고 말하는 것이 좋고, 말보다는 입을 닫고 서로 손을 잡고 끄덕끄덕 하는 침묵이 좋고, 열심히 실천하고 땀 흘리는 그런 삶으로 가고 싶습니다. 책을 안 쓰고 있는 것이 부담스러워 '빨리 써야 되는데' 이랬는데, 이제는 안 써도 된다는 확신 같은 것이 생겼습니다. 아마 안 쓸 겁니다. '기자수첩' 원고가 많이 쌓였고 여기 저기 칼럼 쓴 것도 한 200~300편 쌓여 있고 그래서 책을 만들자는 사람들은 있죠. 이미 원고가 나와 있고 사람들에게 공개했던 것이니 누가 가져가 책 만드는 데 쓰겠다면 그것은 가능 하겠습니다.

앞으로 계획은 무엇인가요?

CBS에 있는 동안은 계속 기자였으면 좋겠습니다, 그런데 내가 이 말 하면 사람들이 잘 안 믿어요. (웃음) 사장이요? 전혀 생각 없습니다. 별로 존경하지도 않는 목사님들에게 고개 숙이며 헌금 달라고 사정하고…. 그런 힘든 일은 사장, 상무할 사람에게 맡기면 되고, 나는 할 줄 아는 일이 기자니까 계속 하면 좋겠고, 기자직 말고 다른 목표가 있다면 그래도 지금까지 해왔던 기독교 영성과 저널리즘을 결합시킨 이야기꾼 정도가 되면 좋겠습니다. 후배들과 학생들을 만나서 내가 그동안 추구해 온 기독교 영성과 저널리즘을 결합한 나만의 이야기를 전한다거나 내 나름대로 바라 본 세상 이야기를 들려준다거나 하는 친절한 이야기꾼이 된다면 좋겠습니다, 지금도 대학 강의 나가서 학생들 만나는 게 즐겁습니다. 그것도 거창하고 오늘보다 내일, 조금 더 나은 인간이 되어가고 있으면 그것으로 족합니다. 

기자를 꿈꾸는 지망생들에게 한 말씀 해주세요.

저널리즘이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것은 인간입니다. 인간을 둘러싼 환경이 인간의 운명을 어떻게 바꾸고 인간은 어떻게 적응하고 저항하면서 자신의 운명을 개척해 나가는가 하는 그 정황이 기자의 궁극적인 관심이어야 합니다.

예를 들면, '시청에서 낡은 수도관을 바꿔준다. 거기에 돈 5억이 든다'라고 자료가 나오면 '서울시가 5억을 들여 낡은 수도관을 바꾸어줬다'라고 쓰겠죠? 그러나 '그동안 녹슨 수도관 물을 먹고 살아 온 사람들은 어떻게 살았을까', '그들의 호소는 왜 무시되어 왔을까'라고 사람에게 초점을 맞춰야 합니다. 기자들이 새로운 정보만 생각을 하다 보니 정책이나 외형에만 집중하게 되는데, '세상에서 제일 높은 빌딩을 잠실에 세운다거나 강을 이어서 멋진 대운하를 만든다' 이런 게 아니라 거기에서 살아가는 생명, 특히 인간에게 초점을 맞춰야 합니다.

인간도 다 믿을 수 없으니 인간을 먹여 살리는 자연과 생명을 품고 있는 환경에 대해서도 관심을 넓혀야 합니다. 그런데 인간 자체에 대해서도 관심을 갖지 않는 비인간적인 상황이 저널리즘에서 펼쳐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기자가 되려는 후배들에게 충고 한다면 '궁극적으로는 인간을 지향한다. 사람을 제대로 보고, 사람에 대한 관심을 놓지 말고, 사람에 대한 이해를 더 깊게 하라'고 충고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