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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이야기/음악, 녹음 듣기

2014 신영옥 초청 신년 음악회를 다녀오고..

간만에 정말 오랫만에 아내와 단둘이서만 문화생활을 즐겨보고자 동네 아트센터에서 하는 콘서트 예매를 했습니다.

게다가 신영옥씨라니..하는 기대감과 별로 유명하지 않았던지 여유있던 좌석 상황이라서 라이브 공연을 듣기에 가장 좋은 자리라고 생각하는 정중앙 1/3 지점에서 들을 수 있었습니다.

 출연진은 신영옥/류정필/우주호 님. 연주는 모스틀리 필하모니.

 들으면서 참 노래 잘한다. 역시 명성다운 소리를 들려주네..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만

 여기 비평글에서도 보듯이 과연 클래식 공연이라는 것이 어떤 의미를 가지고 행하여 지는가에 대한 점을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사실 이날의 공연도 그냥 열린 음악회 수준 정도? 이런게 클래식인가? 하는 뭔가 부족한 느낌이 공연을 보는 내내 들었고 때문에 이미 한참 전 공연을 들추어 이곳에 후기를 써보기로 했습니다.

 시립, 국립 합창단 공연 후엔 항상 나오는게 레퍼토리 인것 같습니다. 또하나는 퍼포먼스..

그러나 결국 그러한 가벼운 레퍼토리와 퍼포먼스는 일반 대중을 만족시켜야하는 공연자들의  고민일 수밖에 없구나 하는 느낌입니다. 아무리 수준 높은 곡을 연주하고 싶어도 아무리 깊은 내용을 관객에게 들려주고 싶어도 듣는 사람들이 어느정도 수준에 이르지 못하고 교감이 없으면 그 공연은 지루한 공연, 재미없는 공연 이라고 낙인 찍히게 될거고 그러면 다음번 공연은 파리 날릴 수밖에 없는 국내 현실이지 않나 하는 생각이 먼저 들고..

그럼에도 '신영옥'이라는 네임밸류 정도라면 뭔가 다른, 음악가, 성악가로써의 다른면을 보여주면 좋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짖어지는건 어쩔 수가 없더군요.

 특히, 1부에선 오케스트라에 다 뭍혀버리는 성악가들의 성량은 아쉬울 수밖에 없었습니다. 아마 리허설 할때는 어느정도 발란스가 맞았을지도 모르겠지만 실제 관객이 찬 상태에서 전기음향(마이크, 확성)의 도움 없이 가까운 거리의 동일 선상에 놓인 오케스트라와 한두사람의 성량이 발란스가 맞기는 어려운 일이기에 ..거의 뭍혀서 성량이 큰 바리톤의 큰 소리 음역정도야 겨우 발란스가 맞는 느낌이었으니 신영옥 특유의 곱게 빠지는 그런 소리는 현악이나 목관에 그냥 뭍혀버리는...

 그래서 인지 2부에선 전기음향의 도움을 받아서 확실히 충분한 음압을 내 주었고 덕분에 가사 듣고 노래 듣느라 신경을 집중해야 하는 피곤함에서 벗어나 어느정도 편안하게 감상할 수 있었습니다.

 얼마전 서울시향의  찾아가는 음악회가 동네 대형교회에서 열려서 갔는데 친한 음향감독님이 정명훈 지휘자님이 리허설때부터 이미 전기음향은 최대한 없이 가달라고 요청하고, 감독님이 살짝 올리자 그것도 알아차리고 줄이라고 했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클래식 하는 분들이 유독 전기음향에 예민한것은 사실인것 같지만, 오케스트라는 그만한 음량을 가지고 있기에 그런 요구가 충분한 근거가 있겠으나 성악가는 피아노 반주 같은 소규모 독창회가 아니고서는 반드시 전기음향의 도움을 받는것이 맞다고 생각합니다. 본인의 성량이 크다고 하더라도 그 프로그램 내내 소리만 지를수도 없는거고 아무리 표현을 잘해도 그 다이내믹 레인지를 제대로 큰 공간에 울리기 위해서는 전기음향이 최적이기 때문입니다.

반주에 뭍혀서 그 소리를 들을려고 애써야하는 관객의 스트레스는 정말 장난 아니거든요.

 또하나의 아쉬움은 그 레퍼토리에 있는데 앞서 잠깐 언급한 것처럼 열린음악회 이상의 것을 요구하는 것은 역시 국내에서는 어렵겠구나 하는 느낌입니다. 출연진 세분이 그냥 좋아하는 노래 내지는 잘할 수 있는 노래를 선곡해서 본인들 순서에 맞춰 짜집기 한것 같은데 덕분에 청중의 입장에서는 이 음악회 전체를 아우르는 어떤 이야기를 느끼는 것은 불가능했습니다.

이는 마치 합창단이 깊이 있는 정통 합창곡은 안하고 맨날 팝송이나 가요 같은 것만 부른다는 비판과 유사하다고 할까요?

클래식 성악이라는게 있기는 한건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아래 프로그램에서 오페라 발췌곡을 제외하면 그냥 클래식 발성으로 부르는 각 나라 팝 음악정도 아닌가.. 하는 생각이..

 그럼에도 역시 명불허전 신영옥님의 뾰쪽하고 부드럽게 뽑아내는 미성은 정말 레코딩 음반에서보다 더 곱게 나왔구요. 2부에서의 좀 더 가벼운 팝 음악들과 앵콜에서의 나의살던 고향이었던가, 특히 이런 선곡에서 더 잘 맞아들어간다는 생각이..

제가 처음 신영옥이라는 이름을 새긴게 얼추 20년 넘게 전 내셨던 크로스오버 앨범에서 오버더레인보우 를 들은 이후인데 여전히 그때 그 음색을 유지하는게 신기할 정도.

 처음 들어본 류정필님 우주호님은 요새 신진 세력들의 거침없는 음악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유일하게 멘트를 하신 류정필님의 재기발랄하고 시원시원한 노래들

바리톤 다운 장쾌한 노래, 충분한 성량의 우주호님의 노래들.

 이러한 멋진 성악가들이 여러 무대에서 맘껏 클래식 성악을 부르고 그래도 연주인으로 생활이 되는 그러한 환경이 이땅에서 하루속히 이루어지길 기대해봅니다.

 신영옥 초청 <2014 희망콘서트>

http://www.gangdongarts.or.kr/pro_program.do?idx=632

< 1부 >
- Auf Der Jagd Polka (사냥폴카)                              MPO
- Mattinata                                                           신영옥
- Lascia ch'io pianga (오페라 ‘리날도)                     신영옥
- Bella Enamorada (오페라 ‘마지막 로맨티스트’ 중)    테너 류정필
- 뱃노래                                                               테너 류정필
- 산촌                                                                  바리톤 우주호
- Toreador                                                           바리톤 우주호
- Lippen Schweigen                                              신영옥/우주호
- Ebben Ne Andro Lontana (오페라 ‘라 왈리)             신영옥


---- 인터미션----

 

< 2부 >
- History (영화 ‘냉정과 열정사이)                               MPO
- Mamma Son Tanto                                               바리톤 우주호
- Granada                                                              바리톤 우주호
- Nella Fantasia                                                      신영옥
- Moon River + All The Things                                  신영옥
- Besame Mucho                                                    테너 류정필
- Te Quiero Dijiste                                                   테너 류정필
- Il Bacio                                                                신영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