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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이야기

[2017.6.13] 고양시립합창단 정기공연.

얼마전 합하세라는 다음 합창관련 카페에서 합창단 공연 알림을 보다가 고양시립 합창단 안내 포스터 봄.

집은 강동이지만 직장이 고양시라 아람누리가 15분거리.. 퇴근이 늦어지는게 부담이라 가볼 엄두도 못냈는데 합창단 공연을 자주 보는게 우물안 개구리 지휘자를 벗어나는 길이라는 생각을 하게되어 자주 찾아보기로 맘먹은 터라 지난번 코리안 싱어즈에 이어 두번째로 예매를 했습니다.

아람누리는 전에 음향 회사(사운더스)에서 기술팀장으로 근무할때 담당하던 믹싱 콘솔이 설치된 곳이라 업무차 종종 방문하고 관련 건축음향 얘기도 들었었지만 실제 공연을 보러 간건 이번이 처음이지 않았나 싶네요. 

공연은 6월 호국보훈의 달을 기념으로 베르디의 'Requiem'. 

곡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http://egloos.zum.com/cmichael/v/1174671 이 링크를 참조.

두번째 곡이 아주 익숙해서 들어보면 다들 '아, 이곡!" 하지만 전곡을 들어보기는 쉽지 않을듯.

일단, 진혼곡이라는 특성 답게 무겁고 웅장한 곡을 감정의 흐름을 상하지 않도록 인터미션없이 전체를 한번에 공연. 좋았습니다. 당연한건가?

네명의 솔리스트와, 90명쯤은 되는 경기필하모닉 오케스트라, 고양시립, 수원시립의 연합 합창단도  90명쯤?

이런 대규모 합창곡은 정말 오랫만에 들어보는 경헙이었습니다. 

미리 연주곡이나 연주형태를 생각하고 좌석을 선정했어야 하는데, 일반의 공연처럼 찬조 정도로만 생각했던 큰 실수를 저질러서 지휘자나 대원들을 잘 보겠다고 가장 앞자리를 예약하는 큰 실수를 하고 말았습니다.

때문에 연주의 결과물을 놓고 평을 하기 참 난감한 감상이 되어 버렸습니다.

남자쪽 앞자리여서 두분 솔리스트의 소리를 불과 2,3미터 앞의 면전에서 감상하게 되어버려 전혀 울림이 없는 소리를 들어야 했고 이때문에 솔리스트 연주가 가장 불만족스러웠습니다.

그나마 알토, 소프라노 솔리스트는 거리가 있어서 공명된 소리를 어느정도 들었는데..

합창 소리는 앞좌석이 무대보다 낮다 보니 무대 위의 반사판이 역할을 하고 공간을 돌아나오는 소리를 듣게 되어 정말 좋았던것 같습니다. 

오케스트라 역시 무난한 연주였던것 같네요. '무난'

문제는 합창 /오케스트라 / 솔리스트의 앙상블이었습니다. 이는 제가 앉은 좌석 위치의 문제도 있는데 오케의 소리가 합창을 충분히 압도해버리는 상황이 특히 메조 피아노 이하의 음량에서 자주 발생해서 합창을 느끼기가 참 어려웠습니다.

솔리스트는 앞에서 잔향 없는 생소리로 들리고 오케스트라 소리는 크고, 돌아나오는 합창단 소리는 부드럽게만 들리는 난감한 상황...

전기음향을 전혀 쓰지 않도록 공연하신것 같은데 중층 앞자리가 정말 간절해지더군요. 좋은 공연을 기대하지 못하는 가장 많은 케이스가 합창과 밴드와의 공연인데 같은 이유로 앙상블을 고려하기가 너무나 어렵기 때문인데 이번엔 전기음향이 없어서 더 힘들지 않았나 싶습니다.

때문에 오케만, 합창만의 곡들은 모두 무난하게 소화했다는 생각을 더 하게 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솔리스트는 어떻게 섭외하시는지 궁금하던데..

일단 네분 중엔 앨토 선생님이 정말 좋았습니다. 앨토에서 메조까지의 영역을 고른 음량과 음색을 유지하며 부르시는게 바로 앞에서 들었음에도 공명된 소리로 들려서 정말 좋았습니다. 다만 소프리와 이중창을 하실때 일부러 발란스를 맞추려 성량을 좀 줄이시는거 아닌가 싶은데 너무 줄이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기는 하는데 이 또한 제 자리의 영향일 수 있겠다 싶습니다.

소프라노 선생님은 발동이 좀 늦게 걸리시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처음 낮은 음역대에서 조심스럽게 부르시느라 힘들어하신 느낌이었는데 두번째 곡 이후 부터는 확실히 나오시고 마지막 솔로곡은 정점을 찍으신듯.. 아쉬운건 저역 대에서 성량이 너무 적어지지 않았나 하는것과 마찬가지로 저역대에서 드라마틱하게 불러주신게 좀 과하다는 느낌이 있었습니다.

테너영역이 사실 제 자리에서 가장 힘든 위치였습니다. 음역의 특성상 볼륨도 적고 공명을 만들기도 어려워서 마이크 없이 공연하기 가장 힘들지 않으셨을까 싶습니다. 

베이스도 어느정도 공명이 있는데서 불러서 그 편안함이나 웅장함을 느낄 수 있을텐데 너무 앞에서 들어서.ㅠ.ㅠ. 곡을 충분히 소화하시고 부르시는게 정말 부러웠습니다. 

오케스트라와 합창단을 거의 균등한 비율로 가져가야하는 곡이고 각각 연주되는 부분, 함께 하는 부분들에서의 비팅이 대단히 혼돈스러울수 있을텐데 세 경우를 모두 확실하게 비팅을 해주시던 지휘자 선생님의 비팅이 가장 인상 적이었습니다. 

다만 아쉬운건 합창의 발음처리에서 's'로 끝나는 부분에서 일관되게 마무리가 되지 않아서 지저분한 경우가 많았었는데 이게 비팅으로 지시하실때 현악지휘의 비팅처럼 마무리가 되어서 합창에서 소리가 흩어지지 않았는가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이또한 제가 너무 앞에서 들어서 이런 치찰음들이 선명하게 들린 이유도 있을꺼라 의심해봅니다.

차라리 한국어에서는 자음만으로 끝나지 않고 항상 모음이 붙게 되기 때문에 이러한 치찰음 문제가 덜한데 외국어 특히나 라틴, 영어권은 자음만으로도 발음이 되기떼문에 이러한 발음처리가 참 어려운 것 같습니다.

그나저나 서로 다른 세개의 기관이 모여 공연을 하신건데 연습은 어찌 하셨는지 지휘자는 본인의 해석을 어떻게 타 기관들에 전달하고 연습했는지가 참 궁금했습니다. 그런점을 감안하면 전체적으로 무난한 공연이었고 좋은 대곡을 잘 연주하셨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공연중 계속 눈에 거슬렸던 한가지.. 옆으로 앉으신 여성 연주자분이 나시를 입으셨는데 연주 특성상 속옷이 계속 노출되어서....

장점 : 좋은 곡, 좋은 공연 잘 들었습니다.

단점 : 아 내 자리....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