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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도서

COSMOS by Carl Sagan, Translated by 홍승수

고딩때 시골 고등학교에 입학한 이후 책이름 하나를 가지고 수근 거리는 소문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엄청난 두께의 이 책을 세번 정독하면 정신병원에 입원하게 된다고 하고 실제로 선배 한명이 이 때문에 자퇴했다는 무시무시한 소문이었고, 때문에 나름 과학영재라고 자칭타칭이던 시기였음에도 감히 책을 볼 엄두도 못내고 그 소문은 일종의 트라우마로 내게 금서가 되어있었습니다.

그러던 중, 최근 듣고 있는 과학 팟캐스트에서 정말 자주 이 책을 언급하게 되어서 다시금 그 어릴적 추억을 떠 올라게 돠었고 도대체 어떤 책인가 싶어서 원서와 역서를 같이 구매하게 되었습니다.

금요일 오후 집으로 배달된 두 권의 책의 포장을 뜯으며 괜히 두근거림은 뭔지..

일단 한국 천문학계의 큰 별이시던 고 홍승수 교수님의 역본의 그 엄청난 두께에 나는 엄청난 흥분이었지만 우리 애들은 책만 보고도 질려버렸습니다.

나름 기술문서들을 취미생활로 해오던 차라, 변역서에 대한 나름의 판단 기준을 가지고 있어서 특히 과학/기술 서적의 번역본을 읽게 될때는 괜히 흠집 잡고 싶고, 오타 찾고 싶은 약간의 도전의식을 가지게 되는 습관이 생겼습니다.

게다가 'COSMOS'라는 천문서적이 단지 천문서적에 그치지 않고 시공간을 초월한 전 우주적시점에서 인류가 상상 가능한 거의 모든 분야를 다루고 있는 점에서 누가 번역을 하더라도 그 광활한 분야를 과연 제대로 이해하며 번역할 수 있을것인가? 하는 점이 가장 궁금한 점이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앞쪽 100페이지를 읽으면서 말 그대로 경외감까지 느낄 정도의 훌륭한 번역이었고 이는 예전 이윤기 선생의 장미의 이름을 읽으면서 느꼈던 문학쪽의 정말 좋은 번역과는 또다른 충격이었습니다. 그리고 나니 홍승수 선생의 이력까지 찾아보게 되고 천문학이라는, 그리고 천문학자들의 독특한 특징까지도 조금 엿보게 된것 같습니다.

역사를 다룬 다는 것이 우리의 흘러간 시간들을 뒤져보는 것이고 그것의 끝판왕이 생명의 기원이 될거고, 우주의 기원이 될 겁니다.

현세의 운동법칙과 물질간의 영향을 탐구하는 물리의 경우도 두말할것 없이 행성의 운동, 별들의 움직임, 은하의 관계 등이 중요한 탐구 과제 중 하나가 될거고.

물질의 본질을 찾는 화학의 경우도 가장 기본 적인 원자들의 생성이 별에서 오게 된게 분명하고 이를 알아가는 것 역시 중요 과제가 되고.

때문에 이 모든 것을 아우르는 천문학 책을 쓰겠다고 하는 것은 정말 우주적인 시점에서 세상을 바라보는 안목과 지식의 넓이가 없이는 불가능할 것 같은데 Carl Sagan은 이러한 업적을 책과 다큐멘터리를 동시에 진행하면서 해낸것 같습니다. 물론 구체적인 과학적인 지식과 설명은 주변의 석학들로부터 많은 도움을 받았을것이 분명하겠구요..

그런 대작을 번역하는 것 역시 그에 준하는 안목과 지식 수준이 없이 불가능할거 같은데 홍승수 교수님이 정말 이 책을 번역하기에 최적의 인물이시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이 책의 초기 번역은 조학래라는 분이, 2번째는 그 유명한 조경철 선생이 감수한 서광운 번역 그리고 가장 최근의 번역이 바로 홍승수 교수님입니다. 서문에 따르면 홍교수님 역시 번역을 해달라는 요청을 받아서 작업하신거라고 봐서, 그리고 번역을 맡게 되는 과정에서 상당한 부담을 가지셨다는 언급을 하시는데 그럴수밖에 없는 내용이라는게 목차만 보더라도 느낄 수 있을겁니다.

누가 이 책을 번역하더라도 한사람의 지식수준으로는 다룰 수 없기에 천문학의 대가라 여겨지시는 홍교수님 입장에서는 본인의 전공이 아닌 분야까지 아울러야 하는 이 책은 정말 부담스러웠을거라 생각해봅니다.

그럼에도 이 번역의 결과물은 정말 잘되어 있어서 평생 읽어 온 번역 서적들 중 가장 잘 된 책으로 개인적으로는 첫자리에 올려 놓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역자의 전공이 아닌 부분들에서도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아서 완전하게 이해를 한 상태에서 번역이 되어있어서 원서를 보면서 막히게 되는 내용들이 번역서에서 오히려 설명이 정확히 되고 있음을 읽어가면서 알게 되었고, 유려한 문체로 역서의 느낌이 거의 들지 않도록 완전하게 한글화 되어 서술이 되었습니다.

영문 기술문서들을 번역하면서 개인적으로 느끼는 점은 영어와 한국어의 차이로 인해 그대로 1:1 번역이 되어도 적어도 25%이상 분량이 늘어나게 되고 특히나 기술 문서의 경우 부가적인 설명이 더 필요하게 되기 때문에 적어도 30%~50%까지도 분량이 늘어남을 체험하게 되었는데 , 이 책 역시 이러한 이유로 원서는 370페이지 정도이지만 번역서의 경우 670페이지로 거의 두배까지 장수가 늘어 났습니다. 물론 페이지당 영문의 경우 글자수가 많은 것도 있지만 그럼에도 이 번역서가 얼마나 잘 번역되고 설명되었는지를 보여주는 예라고 할 수 있네요.

칼 세인건을 포함해서 이 분야(천문, 물리, 진화 등)의 많은 학자들이 무신론자이고 성경에 배치되는 경우가 많고 부정하는 경우가 많아서 기독교인들에게 금서처럼 여겨지는 분위기도 있는 걸로 아는데, 제 경우엔 오히려 이러한 과학적인 정밀함들을 보면서 오히려 하나님의 존재, 지적설계의 존재를 더 믿지않을 수 없게 되었으니 반드시 금서라고 할만한 책은 아니라는 생각입니다.

덤으로 아이들, 청소년들에게도 아무런 지식없이 과학 책을 읽는 기쁨을 주기에 정말 좋은 책이라는 생각인데 문제는 번역서의 이 두께에 질려버리지 않도록 충분히 여유를 가지고 읽어보기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