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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음, 신앙, 교회

해외선교. 이제는 바꿔야합니다.

CBS 기자분의 컬럼인데,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군요.

한국교회 해외선교, 이제는 바꿔야합니다 l 취재파일 2007-09-19 오전 10:11:02


해마다 9월이면 주요 장로교단들이 총회를 엽니다. 해방전 조선예수교장로회가 9월에 총회를 연 것에서 유래된 일인데, 교단은 수십개로 분열됐지만 총회만은 전통을 지키고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각 교단 총회에 내빈으로 참석한 세계교회 대표들이 덕담만 하던 예전과 달리 이번에는 한국교회의 해외선교에 따끔한 충고를 쏟아냈습니다. 아프가니스탄 피랍사건을 목격한 이들 해외교회 지도자들은 한국교회가 현지문화를 존중하는 성숙한 선교전략을 재정립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우선 독일서남부지역교회연합회 EMS는 해방후 한국교회와 교육계, 방송계의 발전을 위해 막대한 지원과 협력을 해온 단쳅니다. 한국에 애정이 많다고 할 수 있죠. 한국을 방문한 버나드 딘클러커 EMS 총무는 EMS도 해외에 많은 선교사를 파송하고 있지만 현지인을 존중하고 현지실정에 적합한 선교활동을 펼치고 있다면서
무슬림지역에서의 선교는 단기적으로 쉽게 성과를 얻으려하기보다 남의 종교도 존중하면서 그리스도의 사랑을 보여줌으로써 현지인들을 감동시켜야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수십년간 내전중인 레바논에서 EMS가 운영중인 학교가 이슬람군에게 한번도 공격을 받지않은 것은 이같은 선교원칙덕분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세계개혁교회연맹 총무인 세트리 니오미 박사는 선교사파송 2위 국가인 한국교회는 이제 현지인들과 파트너쉽을 강화하는 새로운 선교전략을 모색해야한다고 충고했습니다.

아프가니스탄 피랍사건은 끝났지만 기존 선교전략을 수정하지 않을 경우 큰 위기에 처할 것이라는 우려를 거듭 나타냈습니다.

프라와트 키드완 아시아기독교협의회 총무는 한국교회의 선교활동에 대한 아시아교회들의 불만을 생생하게 전달했습니다.
물량공세로 현지교회를 분열시키고 당장의 실적 올리기에 급급해 장기적인 선교효과에는 부정적 결과를 낳고 있다는 것입니다.

한국선교사들의 열성적 활동이 존경이 대상이 아니라 감시의 대상이 됐다는 키드완 총무의 지적은 정말 듣기에 민망한 것이었습니다.

물론 선교대상국가에 대한 일방적 선교가 아니라 현지인과 함께하는 해외선교가 되기위한 노력이 국내 기독교계에 전무한 것은 아닙니다.

한국기독교장로회 총회가 해외 선교지에 파송한 선교사를 부르는 명칭은 다른 교단이나 선교단체와 다릅니다. 기장총회는 선교사라는 말 대신 선교동역자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이는 현지인을 정복적인 선교의 대상으로 삼을 것이 아니라, 현지인에 의해 스스로 선교가 이뤄질 수 있도록 현지인을 세우고 도와야한다는 선교신학에서 나온 것입니다. 즉 인간이 선교의 주체가 아니라 하나님이 선교의 주체라는 ‘하나님의 선교’신학에 따른 것입니다.

기장총회는 이에 따라 노골적으로 개종을 강요하기보다는 현지인들의 문화와 시대상황을 존중하면서 우선 기독교에 대한 호감을 확산시키는 선교전략을 채택하고 있습니다.

또 비록 연약할지라도 현지교회를 무시하지 않고 현지교회가 스스로 선교할 수 있도록 적극 협력하는 정책을 실천하고 있습니다.

한편 국내에 들어와있는 외국인노동자 선교도 현지인을 통한 선교의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이들 가운데 대다수가 이슬람과 힌두권 국가 혹은 사회주의권 출신이기때문입니다.

박천응 목사(안산외국인노동자센터 소장)는 “이주민 백만시대가 되었다. 한국교회가 이들에게 마음을 열고 문을 열어야 한다”면서 이들이 기독교인이 되거나 최소한 기독교에 호감을 갖고 고국으로 돌아갔을 때 현지에서의 선교활동에 큰 도움이 된다는 것이 현지 선교사들의 한결같은 증언이라고 전합니다.

한국교회의 해외선교, 이제는 내가 해야한다, 혹은 빨리 실적을 내야한다는 조급증에서 벗어나 현지인들의 마음을 얻는 노력이 우선돼야할 것입니다.

이번 추석연휴, 모처럼 온 식구가 둘어앉은 가정의 대화 가운데 대선과 신정아씨 등이 소재가 되어 이야기꽃을 피우겠지만 성도들의 가정에서는 한국교회의 앞날에 대해, 특히 해외선교의 방향에 대해서도 한번쯤 시간을 할애하셨으면 합니다.



CBS 종교부 권혁률 기자 hrkwon@cb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