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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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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성재기자] 새삼스레 '중산층' 논란이 일고있다. 한나라당이 '중산층을 보호하기 위해' 종부세를 완화해야 한다는 주장을 내놓으면서부터다.

이종구 한나라당 의원(강남갑)은 최근 한 방송에서 "9억원 정도(주택보유자)는 중산층 아닌가"라면서 "중산층에 대해 가혹한 세금은 곤란하다"고 말했다. 공성진 한나라당 최고위원도 28일 "종부세로 집값 폭등도 막지 못했고, 피해자가 많은데도 이 분들(중산층)이 국가로부터 부당한 핍박을 받고 있는 게 사실"이라며 한나라당이 종부세 대상인 건강한 중산층을 지지하겠다고 강조했다.

'중산층 보호를 위해' 종부세를 완화하겠다는 주장은 청와대와 정부, 여당내에서 쉴새 없이 터져나왔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종부세 완화는 대선공약이었고 인수위 때도 여건이 되면 한다고 했다"고 말했다.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은 28일 국회에서 "종부세는 국가 권위를 훼손하는 세제"라며 종부세에 대한 불만을 털어놨다.

중산층은 정말 종부세로 인해 핍박받고 있을까? 종부세를 완화하면 중산층은 보호받을 수 있는 것일까?

중산층의 정의와 범위에 대해서는 여러가지 논란이 있다. 정의도 다양하고 나누는 기준도 여럿이다. 소득수준으로 구분한 통계는 있지만 자산기준으로 나눈 것은 찾기 힘들어, 자산만으로 상류-중산-하류층을 구분하기도 쉽지 않다. 그래서 단순히 '이런 정도의 재정상태를 가진 사람이 중산층'이라고 말하는 것은 쉽지 않다.

국책연구기관인 KDI(한국개발연구원)가 지난 6월 내놓은 '중산층의 정의와 추정'이라는 보고서를 보자. 중위소득의 50~150%(OECD 분류기준)에 해당하는 계층인 중산층은 2006년에 전체 가구의 58.5%였다. 상류층(중위소득의 150% 이상 소득가구)은 24%로 나와있다.

전체 가구를 소득수준에 따라 20%씩 균일하게 5등분 했을 때 중간인 2~5 등분에 속하는 가구를 중산층으로 정의하는 방법(소득점유율 구분)으로 따져도, 소득 중위 60%의 비중(중산층)은 전체 가구의 54% 정도다.

학술적 통계조사 외에 여론조사를 통해 나타난 중산층의 범위도 참고할 만 하다. 한 언론사가 2006년 기준으로 여론조사한 바에 따르면, 자기 명의의 집과 중형차를 보유하며 자녀를 대학에 보낼 수 있는 정도의 소득 및 자산상태를 유지하거나 연평균 소득 6000만원 정도의 계층이라는 결과가 나왔다.

인터넷에 올라있는 한 재무상담가의 주장은 좀 더 구체적이다. 중산층이라면 '25~30평대의 아파트와 2000cc급 승용차를 보유하고 월 생활비로 120만~170만원, 월소득은 부채 없이 350만~500만원 정도인 계층'이 포함된다.

이번엔 한나라당이 말하는 '중산층'의 범위를 보자. 이종구 의원이 분류한 중산층은 종부세 대상자다. 종부세 대상자는 공시지가 6억이상의 주택 보유자다. 공시지가 6억은 시가로는 대략 9~10억원 정도다.

재정부와 국세청 등에 따르면 2007년 종부세 대상자는 37만가구로 우리나라 전체 가구중 '달랑' 2%에 해당된다. 집 가진 가구 전체 중에는 3.9%에 불과하다. 또 종부세 대상자의 절반 이상인 61%가 집을 2채 이상 가진 '집부자'다.

우리나라 국민은 대략 자산의 80%를 부동산 형태로 보유하고 있다는 한국은행 조사결과를 감안하면, 고가 주택(부동산)을 갖지 않은 계층이 금융자산만으로 부유층에 속하기는 쉽지 않다. 금융자산이 전체 보유자산의 20%라면 그 4배가 부동산 자산이라는 뜻이니, 우리나라 부유층은 대부분 고가 주택보유자라 할 수 있다.

이런 고가 주택 보유자(최고 자산가)를 부유층이 아닌 '중산층'이라고 말하는 기준은 도대체 어디에 근거를 두고 있는지가 우선적으로 드는 의문이다. 이들이 중산층이라면 상류층은 누구인지, 종부세 대상이 아니거나 집 한 채 없는 국민들은 어느 계층에 속하는 것인지 궁금하다.

KDI 보고서에 따르면, 외환위기 이후 중산층의 몰락 현상은 더욱 뚜렷해지고 있다. 부유층을 중산층이라고 하고, 부유층을 위한 정책을 중산층을 위한 정책이라고 하면 '진짜 중산층'은 더 억울해진다. 종부세 내는 중산층, 그들은 과연 누구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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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5/07 - [세상살이] - 중산층 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