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 음악 뭐가 그리 재밌기에...

노래 부르기에 관심이 많아서 어릴적부터 여기저기 기웃기웃하다 보니 어느새 40대 중반을 향하고 있게 되었다. 합창단, 아카펠라, 교회 성가대 등을 통해 노래를 하고, 가끔 지휘도 하고 또는 사보나 간단한 편곡도 하는 작업들을 통해 아마추어지만 항상 클래식을 향한 지식의 갈망 같은 게 있었는데 엊그제 도서관에서 건진 이 한 권의 책을 통해 순식간에 그 넓고 긴 음악의 세계에 단숨에 빠져 들어 버렸다. 전에도 여러 권의 전공 서적들을 읽었고 웬만한 음향, 음악 지식은 전공 수준으로 익힐 수 있었음에도 이 책에서 받은 지식의 충격은 아직도 여전하다.

이 책의 제목은 일단 길다. " 쾰른음대 교수들이 엄선한 클래식 음악에 관한 101가지 질문" 저자는 두 명의 쾰른음대 교수 이지만 저자들 스스로 서문에 언급한 것처럼 이들은 '엮은 이'로서의 역할에 충실하고 있으며, 책의 내용은 쾰른 음대 구성원 들의 적극적인 도움으로 이루어진 것 같다. 동료 교수들은 적절한 설문이 이루어지도록 하고, 학생들은 본인들의 궁금한 점을 나열하고 이렇게 모아진 질문들을 분류하고 정리해서 이 책을 만들게 된 것 같다. 사실 이전에 나는 몇 권의 서양음악사 책들, 이론 책들을 읽어 오는 중이었고, 최근엔 그라우트 서양음악사를 읽는 중이었지만, 어느 책에서도 음악 그 자체의 넓은 시야를 얻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으며, 주변의 전공자들과 얘기를 해도 이러한 시각을 가진 분을 찾기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사실 어떤 분야의 전공 책도 어느 한 부분을 자세히 잘, 정확히 쓸 수는 있겠으나 전체를 아우르는 개념서를 아무나 쉽게 이해하도록 쓴다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다. 특히나 저자 자신의 지식 수준을 드러내고자 하거나 더 자세한 정보를 제공하고자 하는 욕망을 억누르면서도 요약을 하기란 정말 어려운 일이다. 그럼에도 이 책은 질문당 2~4페이지를 넘지 않도록 하여 최대한 간결하면서도 이해를 위해 필요한 적절한 양을 제공하도록 하고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그리고 읽고 나서 느끼는 생각은 음악에 대한 내 시야가 엄청나게 넓어 졌다는 것이다. 중요 음악가, 음악의 장르, 악기의 특성과 역사, 인류 초기의 음악, 중세, 그리고 현재 나오는 음악들까지도 아우르는 음악사, 공연장 까지도 언급하는 상세한 내용들. 이렇게 폭넓은 내용을 다루면서도 일관적으로 추구하는 바는 음악 자체를 소개하기 위해 노력한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어떤 주제에 대해서도 그 내용을 일방적으로 전달한다는 느낌보다는 최대한 자세히 소개하려 한다는 느낌을 받게 되고, 전공자가 아닌 일반인들에게 친절하게 설명하고자 노력함을 느낄 수 있다.

사실 방대한 양이 꼭 나에게 필요한 모든 정보를 주는 것은 아니고, 오히려 그 안에서 필요한 정보를 얻어내기 어려운 경우가 더 많고 그 때문에 오히려 흥미를 잃어버리는 경우가 너무나 많다. 특히나 음악, 미술과 같은 쉽게 접하지 않는 전공 분야의 경우는 더욱 그러한 것 같다. 그러한 장벽으로 인해 정말 재밌고 흥미롭고 많은 도움이 되는 이러한 특별한 분야에 대한 접근이 어려워지게 되는 것 같다.

이제 적어도 음악에 대해서는 이 책으로 인해 어느 정도 장벽이 낮아 질뿐더러 음악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즐거움을 음악이 아닌 책을 통해 얻을 수 있도록 해준다. 무엇보다 음악에 대한 관심을 갖게 해줘서 내가 직접 해보고 싶다, 들어보고 싶다 하는 동기를 부여해 준다.

음악은 사실 나에게 있어서 공기와 같은 역할을 지금껏 해주었음에도, 내가 이렇게 사랑하는 음악을 누군가에게 알려주고, 즐거움을 전달해주는데 너무나 많은 어려움을 가지고 있었는데 이 책은 나에게 너무나 큰 도움을 주었다. 나 스스로 정보를 얻은 것뿐 아니라.

음악! 그 즐거움을 다시 한번 찾으러 가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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