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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음, 신앙, 교회

설교에 대한 단상 두번째.

설교에 대한 두번째 생각.

 

우리에게 의사소통을 하는데에는 시각과 청각의 감각을 각각 쓰게 됩니다.

 

글을 쓰고 읽는 것은 리얼타임으로 작성이 되는 것이 아니기에 본인이 써가는 글을 퇴고하게 되고 속도가 느리기때문에 자꾸 되뇌이게 되어서 논리를 구성해서 수정해 갈수가 있습니다. 글을 읽는 이도 마찬가지로 책이라는 매체가 계속 남아 있기 때문에 다시 되돌아 볼 수 있고 읽어 가는 속도를 조절하면서 사유의 시간을 가질 수 있구요.

 

말하고 듣는 것은 이와는 다르게 시공간에서 지나가버리는 것이기때문에 그 정보를 반추할 여유가 없이 그냥 흘러가게 되어 아무래도 사유의 시간을 가지기 보다는 즉흥적인 느낌이나 얻은 정보가 순간적으로 전체를 반영하게 되는것 같습니다.

 

그런데 설교는 말하고 듣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원고를 기반으로 읽어 듣는 것에 가깝고 읽을 원고를 쓰는 과정이 그대로 청자에게 반영이 되는 매체의 변환이 일어나게 됩니다.

 

문제는 글을 쓸때는 충분한 사유와 앞뒤 문맥을 살피고 수정하는 과정을 거칠 수 있는 장점이 있는데 이 과정에서 일어나는 논리적인 구성이 듣는 자의 머리에서는 동일한 논리로 전달이 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원고를 쓸때만큼 충분한 사유의 시간이 허락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때문에 정말 좋다라고 느낀 설교가 설교집으로 읽으면 유치하거나 논리의 부재를 느끼게 될 때가 있고, 반대로 무슨 말을 하는 지  전혀 모르겠고 졸리기만 하다고 생각했던 설교가 주보의 요약본이나 설교집으로 읽으면 정말 좋다라고 느껴지는 경우도 많습니다.

 

설교의 원고가 작성될때는 이러한 청자의 상황을 반영하여 작성이 되어야 할것이고, 때문에 너무나 많은 소제목의 나열이나 설명을 위한 예화보다는 주제의 선명한 두각과 계속적인 반복이 필요하고 그를 위한 너무 복잡한 논리 구조를 도입하는건 위험하다는 생각을 합니다.

 

듣는 것만으로 혹은 일부 필기를 하기도 하지만 말하는 내용을 말하는 속도에 따라가면서 바로 이해를 하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기에 다른 툴을 쓰는 것이 효과적일때가 많고 그래서 판서 설교를 즐겨 하시던 원로목사님의 설교가 참 일관적이고 이해가 되는 쉬운 설교 였구나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판서를 하는 동안 생각의 여지를 청자에게 주기도 하고 판서 되어 있는 주제가 계속 글로 남아 있기 때문에 화자와 청자 모두 그 틀에서 흔들리지 않을 수 있는 아주 큰 장점이 있는거죠.

 

설교자 분들은 설교를 듣는 분들이 혹시 필기를 하시면 그 필기를 읽어보시기를 추천합니다.

내가 논리적으로 짜였던 부분이 그대로 옮겨지는지, 그 주제가 전달이 되었는지를 알아보는 가장 좋은 방법인것 같고 단순히 가족들로부터 듣는 피드백보다 훨씬 좋은 피드백이 될거 같다는 생각을 해봅니다.